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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개업

<개업 축사>​

   여러분 우리는 망했습니다.

   힘찬 발걸음을 내딛기 무섭게 망했습니다.

일주일 신나게 영업하더니 그대로 신나게 망한 것이냐 생각하시겠지만, 저의 곡절 많은 7년간의 대학생활이 그랬듯 모든 것에는 결국 끝이 있는 법. '신장개업' 은 끝이 났고 이 같은 전시는 다시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30명의 패기 넘지던 사장님들은 범람하는 폐기물처럼 잉여롭게 널브러져 개업의 후유증을 달래다가, 이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새로운 전투를 준비할 것입니다. 밤새 취업 원서를 고쳐 쓰며 세기의 대문호로 거듭나거나, 생존율이 2%밖에 되지 않는 스타트업에 뛰어들거나, 더 놀아야겠다는 강한 일념으로 해외여행을 계획하든, 별안간 사법고시에 합격하거나, 보드게임 카페를 차릴 준비 따위에 치이며 '신장개업' 전시는 금세 잊혀지겠지요. 졸업전시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던, 난생 처음 내 가게에서 손님을 맞는 흥분에 들뜨던, 시장바닥의 소음과 국민체조를 즐거워하던, 연남동 일대의 그 어느 가게보다 어두웠지만 그 어느 가게보다도 반짝이던, 우리의 마지막 대학생활의 낭만에는 곧 먼지만이 쌓여갈 것입니다.

   그러나 사장님들과 고객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는, 마치 어금니 사이에 박힌 치석처럼 도무지 지워지지 않는 무엇인가가 남아있을 것입니다. 여러분과 우리가 잠시나마 누렸던, '관계'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신장개업'의 전시 목적이자 콘셉트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눈으로 보고 갈 뿐인 박제된 디자인 전시를 탈피하고자 판매와 거래의 형태를 이용해 고객 여러분과 디자이너들이 직접 대면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시장이라는 장소를 선택한 까닭도 그것입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전시 기간 동안, 우리에게 디자인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었습니다. 관계를 맺기 위한 수단 말입니다. 쌩떽쥐뻬리의 '어린왕자'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길들인다는 게 뭐지?"

   어린왕자가 말했다.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여우가 말했다.

   "관계를 맺는다고?"

   "그래."

   여우는 말했다.

   "넌 아직은 나에겐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난 너에겐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바로 이것입니다. '드래곤 길들이기'를 통해 히껍이 투쓰리쓰를 베프로 길들였든, 저희와 여러분은 서로를 길들였기에 '신장개업'은 앞으로도 이 세상세어 하나뿐인 전시로 기억될 것입니다. 물론 이런 가치를 담아내는 과정은 순탄치 못하였습니다. 작년 겨울방학부터 시작된 기획 회의는 철인 3종경기를 방불케 하는 마라톤의 연속이었고, 오프닝은 물론 전시기간까지 해야 할 일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전시 오프닝과 동시에 연중무휴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한 덤서트와 완돼지 저금통부터 등산 리본, 식혜와 인절미까지... 고려해야 할 스펙트럼이 넓어질수록 위원장의 넓은 이마도 더욱 넓어져만 갔습니다. 

   그 와중에도 큰 탈 없이 성황리에 전시를 마칠 수 있었던 까닭은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사장님들의 피와 땀이 증명하겠지요. 특히나 그 어느 팀보다도 자주 얼굴을 마주하며 서로의 밑바닥과 인간의 게으른 본성을 깨닫게 된 기획팀, 남들이 다 놀고 있는 지금 이 시각에도 저의 축사를 편집하며 밤을 지새울 가엾은 디자인팀, 명실상부 '신장개업'의 얼굴마담 홍보팀, 든든한 맏형 같았던 행정팀, 미인계와 처세술로 돈을 쓸어모았던 스폰서팀, 초콜릿 덕후를 인증하듯 달콤 쌉쌀했던 총무, 욕먹을 것을 예상하고 본인이 먼저 욕을 하던 정신적 지주 전시위원장과 시디과 최고 미녀 부위원장들 그리고 온 우주가 합심해서 도운 덕이 아닐까 합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질색을 했던 동진시장 안의 생선 비린내, 일식집 카레 냄새, 제 자리 바로 없에 위치한 화장실 냄새와 필사적으로 뿌려대던 에어윅 라벤더 향이 그립습니다. 

   이력서를 작성하다 문득, 비어보이는 이력에 '사장님'이라고 써보았습니다. 굵은 서체로 써보고는 빽스페이스를 누르지 못합니다. 취업난이 그 어느때보다 심한 요즘, 잠시나마 사장님으로 불리었던 기억은 괜스레 소중했기 때문일까요. 이제 곧 사회에 던져지고 매일같이 우울한 실패를 겪을지라도, 한 마음으로 가을의 한구석을 멋지게 차려냈던 성공적인 '개업'의 기억을 간직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가 대박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수고한 사장님들과 여러분들께

   이 축사를 바칩니다.

Sheepdogs 사장 이정휘 드림

2015 국시디 졸전2
개업축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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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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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과 도록 포장
수건과 도록
수건과 도록중 도록
수건과 도록과 사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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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시장 레터링
동진시장 문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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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환
2015 국시디 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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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방법

동진시장

수건과 도록중 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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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과 도록과 사은품
개업축사1
개업축사2

도록

[신장개업 수건] 등이

도록의 사은품으로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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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선물센터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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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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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장개업> 은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의 4학년 전체 학생들이 기획하고 참여하는 디자인 전시입니다. 본 전시에서 연남동의 공간적인 특성은 각종 거래가 이루어지는 상점가이자 예술가들의 활동 무대인 동시에, 각각의 디자이너의 메시지를 디자인이라는 상품으로 표현하는 디자이너의 성격이 맞닿는 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체 기획에서 이 전시는 저희 디자인을 발전시키기 위한 과정입니다. 각 디자이너는 자신의 상품을 소개하는 가게를 열고, 관람객 즉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전시가 끝난 후에는 이를 토대로 각자의 작업을 더욱 개선하여 완성하게 됩니다.

   <신장개업>은 완성된 작품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아닌, 관람객이 디자인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고 디자이너와 함께 호흡하는 소통의 장으로 ‘디자인은 사용됨으로써 가치를 가진다’ 는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서 기획된 전시입니다.

웹페이지

   동진시장은 홍대에서 조금 떨어진 연남동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연남동의 매력은 옛 골목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그 ‘골목 속 시장’이 바로 동진시장 입니다. 낡고 흔한 시장이었던 이곳은 내부 개조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문화와 컨텐츠의 생산

기지로 새롭게 살아났습니다.

   동진시장은 디자이너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 작업과, 예술 공연, 문화 행사 등 다양한 창작 활동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곳입니다. 매 주말이 되면 좁은 ‘골목 속 시장’은 눈과 마음이 즐거운 손님들로

가득가득합니다.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4학년 학생들이 이 핫플레이스에서 관람객과 소통하기 위한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10월 9일부터 7일간 동진시장에서 <신장개업>을 합니다.

© 2016 by Dongkeon-Kim with KMUV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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